러시아-중국 선교여행 일기 7
6월 16-17일 (목-금요일)
(앞에서 계속) 그 중에 한 사람이 내게 영어로 ‘당신은 누구냐?’(Who are you)?'라고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양복을 입은 동양인이 기관실에 앉아서 태연하게 책을 보고 있으니 탈북자나 불법체류자
같지는 않은데 왜 그러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을 것이다. ‘러시아를 여행하는 여행객’ 이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기차표가 있느냐?’고 물었다. ‘기차표는 없지만 차장에게 기차표에 해당하는 금액 이상을 지급했다’고 대답했다. 차장은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는지 더 이상 눈에 보이지 않았다. 다른 경찰이 ‘쌍트 빼쩨르부르그에는 왜 가느냐?’고 묻는다. ‘그곳에서 목회하는 선교사를 만나러 간다’고 대답했다. 그 경찰관이 ‘나도 쌍트 빼쩨르부르그에서 교회를 다니는데 아무개 목사(미국인 목사)를 아느냐?’고 묻는다. 그는 내가 읽고 있는 책이 성경임을 보고는 웃는 얼굴로 ‘당신이 성경책을 읽고 있으니 당신 말을 믿을 수 있다’고 대답한다. 그 경찰이 ‘나도 당신이 읽는 성경을 읽으며 당신이 믿는 하나님을 믿는다’고 말할 때 마음이 뭉클하였다. 나는 그들에게
‘나는 사실 미국에서 목회하는 목사인데, 이번에 선교지를
둘러보고자 러시아에 왔으며, 쌍트 빼쩨르부르그에도 그래서 가는 것’이라고 대답해주었다.
그 경찰들이 다녀간 후에는 젊은 차장은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 사람에게 돈을 요구해도 소용이 없구나’하고 깨달은 것 같다.
야간열차는 어느덧 7시간 이상을
달리고 있었다. 새벽 5시 30분이 지날 즈음에
늙은 차장이 기관실로 들어오며 커피를 마시려고 한다 (기관실에는 뜨거운 물이 있고 커피와 컵이 있었다.) 내게 커피를
마시겠느냐고 묻는다(Sir, would you like to drink
coffee?). 해서, 한 잔을 얻어
마시고 조금 지나니 쌍트 빼쩨르부르그 역에 도착한다. 젊은 차장이 5-6시간 동안 10-20분 간격으로 들락날락하는 바람에 거의 한 잠도 자지 못했지만, 그래도 험한
일을 당하지 아니하고 무사히(?) 목적지까지 오게 된 것에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이었다.
역에서 내려 대합실 쪽으로 천천히 가방을 끌고 걸어갔다. 대합실 근처에
최영모 목사님과 김진은 목사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모스크바에서 김태연씨가 내가 기차를 타는 대로 도착시간을 최영모 목사님께 알려주기로 했었다.) 최영모 목사님은
내가 커네티컷에서 목회할 때 그곳 예일대학 신학교 부설 선교센터에 1999년 일 년 동안 안식년을 보낸 인연으로 교제하였던 선교사님으로 성실하고 그리스도를 증거하는데 남다른
열정이 있는 분이다. 김진은 목사님은 위스컨신대학교에서 교육학으로 박사를 받고 오랫동안 대학교수로 봉직하시다가 54세 (1989년) 때에 나보다 일 년 먼저 프린스턴신학교를 입학하고 졸업한 분으로 신학교에서 친하게 지낸 분이었다. 커네티컷 주의
하트포드 장로교회를 담임할 때는 두 분 모두에게 약간의 선교비를 보내드렸는데 투산 장로교회에 온 이후에는 김진은 목사님은 은퇴하신 줄 알고 잊고
지냈었다. 그러다가 선교여행
가기 얼마
전에 최영모 목사님을 통하여 아직도 선교사로 활동하심을 알게 되었다. 김목사님 연세가 70이신데 아직도 선교활동을 하심을 알고, 잊고 지낸 것이 죄송한 마음이었다. 역에서 반가운
해후를 한 다음에 쌍트 빼쩨르부르그에 있을 동안 머물기로 한 최영모 선교사님 댁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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