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중국 선교여행 일기 6
6월 16-17일 (목-금요일)
(앞에서 계속) 그러나 (뒤늦게 나타난) 늙은 차장은 눈치가 빠삭한듯
차장 칸에 남겨져있던 내 짐을 들어다가 슬며시 기관실 안으로 밀어넣는다. ‘내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안다’고 속으로 말하는 것 같았다.
기관실 안은 침대는 없었지만 혼자 앉을 수 있는 좌석과 탁자가 있어 차라리
마음이 편했다. 김태연씨가 낮에 한 말에 의하면,
야간열차 칸에서 자리를 비울 때는 귀중품을 분실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까 갖고 다니라고 했는데, 카메라, 현금과 여권 등을 다 들고 화장실 가기도 번거로울 뻔 했는데 이렇게 혼자 방을 쓰게
되어서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침대가 없어서 잠은 제대로 못 자겠지만, 침대칸에 있다고 하더라도 잠든 사이 누가 물건을 훔쳐갈까 불안하여서 잠을 못자기는 마찬가지일텐데 잘 되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어차피 잠을 못자고 8시간을 가야할 것 같으면 이번 주일 설교도 더 준비할겸 성경을 읽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성경을 펴들었다.
그런데 다른 러시아인과 함께 나를 태워주고 돈을 받은(1인당 1400루블이란 거금) 젊은 차장이 10분이 멀다하고 기관실
문을 열고 들락거린다. 기관실에서 기기들을 작동하기 위한 것도 아닌데 너무 자주 드나드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기관실에 필요한 물건들이 있어서 가지러 드나드는 줄 알았다. 한 세 시간이
지났는데도 나를 힐끔힐끔 보면서 드나들더니 마침내 입을 연다. 러시아 사람들은 모스크바 공항 세관원이나 영어를
자주 사용할 기회가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영어를 거의 하지 못한다. 못하는 영어로 내게 하는 말이,
자기한테 200루블(약 7불)을 더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인즉 나이 든
차장이 나타나는 바람에 그 사람한테 200루블을 상납했는데 그것을 내가 보상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그 나이든 차장이 이 젊은 차장이 태워준 사람이 나뿐 아니라 다른 러시아인 한 사람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더 많은 돈을 상납했어야 할 터인데… 200루블을 나이 든 차장에게 주었다고 하더라도 젊은 차장이 번 돈은
2,600루블이나 되는데 자기가 상납한 200루블을 내게 달라고 조르는 젊은 차장이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 해서,
그에게 ‘나는 네게 정상 기차 가격 이상으로 충분한 돈을 주었기에
200루블을 줄 수 없다’고 잘라서 말했다. 사실 200루블 더 주어도 그만일 것이지만 그 차장이 내게 돈을 요구하는 이유가 너무 욕심
많은 행동처럼 느껴졌다.
젊은 차장은 잠시 나가더니 다른 한 사람을 데리고 다시 나타났다. 그 사람이 자기보다 영어를 조금 더 잘한다고
생각했는지, 내가 자기에게 200루블을 안 주겠다고 하는 것이 자기가
하는 말을 못 알아들어서 그런다고 생각했는지 승객 중에 한 사람을 데리고 나타났다. 그런데,
그 승객에게는 자기가 내게 200루블을 요구하는 이유를 달리 말한 것 같았다.
그 승객이란 사람의 영어도 단어를 나열하는 정도였다. 그 승객이 내게 차장이 왜
내게 200루블을 더 달라고 하는지 설명한다. 그 젊은 차장이 말하기를,
내 친구(김태연씨를 가리킴)가 자기에게
1,200루블을 주며 나머지 200루블은 차가 출발한 후에 나한테 받으라고 했단다.
그 젊은 차장이 그런 거래로 처음 보는 손님을 기차에 태워줄 리가 없었을 터인데, 그 승객은 그 말을 믿고 내게 그런 말을 옮기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나는 그 승객에게 젊은
차장이 내게 처음 한 말—그가 왜 내게 200루블을 더 달라고 했는지—을 들려주고, 1400루블(50불)을 이미 그 차장에게 주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사태가 점점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 승객이 물러간 지 2-3분 뒤에 러시아 경찰 두 사람이 나타났다. 정복을 입고 있지는 않았지만 경찰이라고 했다.
어제 모스크바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길에 김태연씨가 들려준 말이 생각났다. 러시아에서는
경찰들이 가끔 동양사람(또는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을 불심 검문한다고
했다. 만일 러시아 체제에 필요한 법적 서류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경찰서로 끌고가거나 돈을 뜯기도
한다. 러시아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한 곳에 사흘 이상 머무는 경우 매 번 ‘거주지 등록’을 해야 하는데, 이 규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경찰이 윽박지르면서 ‘거주지 등록 서류’를 요구할 때,
하루 머문 곳에서도 말이 통하지 않거나 겁에 질려 돈을 주기도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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